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11대 원장 취임사
- 이름 |
- 관리자
- Date |
-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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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인사
안녕하십니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11대 원장 정진호입니다.
지난 3월 1일 원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하고, 한 주 동안 한림원의 주요 현안을 면밀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동안 한림원 발전에 헌신해 오신 존경하는 역대 원장님들과 임원분들을 모시고 조촐하지만 뜻깊은 자리에서 취임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회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깊은 관심과 따뜻한 격려, 그리고 아낌없는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직접 한 분 한 분께 인사드리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의 과학기술,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연구에 매진하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생존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눈부신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우수한 인재 양성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나아가 한국인의 삶과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오늘의 한국 과학기술계를 이끌어 오신 선배 과학기술인, 함께 연구하며 시대를 개척해 온 동료 연구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리고 있는 후배 연구자들과 이공계 학생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한림원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먼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 석학기관인 한림원이 이러한 과학기술 발전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해야 할 임무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며 예측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양극화의 심화, 인구절벽과 지역 기반의 붕괴 등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과학기술을 통해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중대한 시대적 과제 앞에 서 있습니다. 치열해지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연구개발(R&D)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R&D의 패러다임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먼저 한림원은 대전환의 시대 과학기술 R&D 투자가 특정한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고, 경제적 가치만을 기준으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겠습니다. 
과학계 석학들의 집단 지성을 결집하여 국가 R&D 사업의 핵심 주제를 선정하여, 연구자들이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고, 정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활성화되고, 국제적 석학을 육성하며, 미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연구 환경의 개선은 미래 산업을 선도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 간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과 협력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한림원은 과학기술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사회와 국민이 과학적 지식과 정보를 필요로 할 때 한림원이 가장 신뢰받는 선택지가 되어야 하며, 권위자로서의 대우를 기대하기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국민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한림원이 단순한 석학기관의 틀을 넘어, 열린 소통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때, 미국과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NAS)처럼 사회적 신뢰를 얻고 과학기술계의 존경을 받는 기관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한림원 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이러한 한림원의 임무를 실천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앞으로 3년간, 과학기술인의 목소리가 정책과 사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한림원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한림원의 위상은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과학기술의 역할이 교육과 학문, 산업을 넘어 사회와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학문 분야 간 융합과 대학 및 지역 간 협력을 통한 창의성의 극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과학자의 시각에서 과학 정책과 사회적 의제를 바라보며,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와 협력할 때, 한림원은 더욱 존중받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지식 공동체로서 한림원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으로 한림원의 발전을 위한 목표도 말씀드립니다.
지난해 원장 후보자로서 여러 회원님들을 직접 만나 뵙고,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소중한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은 저에게 매우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회원 여러분과의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한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귀한 고견을 가슴 깊이 새기며, 저는 임기 동안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한림원의 미래를 더욱 밝고 의미있게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첫째, 학문적 수월성을 기반으로 한림원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습니다.
한림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 석학들이 모인 기관으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학문적 수월성을 증진하고 연구의 깊이를 더욱 강화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림원의 역할을 정회원에 한정하지 않고 대한민국 과학기술계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또한 세대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리더십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만 45세 우수한 젊은 과학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과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현저한 사람을 지정하는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사업’을 정회원 사업과 연계하여,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연속적인 체계로 정립하고 ‘학문적 수월성 기반의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겠습니다.
최근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수립과 추진에서 Y-KAST를 비롯한 젊은 과학자들을 중점에 두고 있는 경향이 눈에 띕니다. 실제로 젊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적 탐구를 통해 기존 지식의 확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반면 한림원 정회원을 비롯한 중견 및 리더과학자는 다양한 경험과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과학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 방향을 제시하며 정책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유공자는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연구개발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역할모델입니다. 한림원은 각각의 강점을 결합하여, 과학기술 발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정책과 전략을 통하여 균형 발전을 이끄는 견고한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젊은 과학자(Y-KAST)-중견·리더 과학자(정회원)-시니어 과학기술인(과학기술유공자)’가 한국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삼두마차’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림원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둘째, ‘과학기술을 위한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한 과학적인 정책’ 자문 역할까지 한림원의 범위를 확장하겠습니다.
오늘날 기후변화, 인구 문제 등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과학기술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림원은 정부 및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과학기술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나아가 정책 입안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정책 자문을 제공하겠습니다.
한림원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한 자문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셋째, 과학기술인의 예우와 사회적 공헌 활동을 조화롭게 연계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과학기술 석학들은 오랜 연구 경험과 지혜를 갖춘 국가적 자산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회원이 정년 무렵 중국 등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하거나, 타국의 제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정년 이후 대학, 국가, 기업 차원의 체계적인 활용 방안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귀중한 인적 자원이 정년 이후에도 국가와 사회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 교육, 정책 자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석학들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적 차원의 지식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겠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림원의 운영 체계를 정비하고,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해 한림원이 겪은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고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정부와 과학계에서 한림원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기보다, 이를 계기로 한림원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운영 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예산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마련하며 대내외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림원의 발전을 위해 직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림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임원과 직원들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동반자로서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내부의 신뢰가 견고하지 않다면,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은 물론 새로운 도약도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상호간의 소통과 협업체제를 통하여 조직 내부의 신뢰를 강화하고,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림원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올해는 예산 삭감으로 어려운 점이 있으나, 최대한 조속히 한림원 회원들의 소속감을 고취하고 학문 간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 몇 가지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먼저, ‘한림원 회원의 날(Annual Member’s Day)’을 개최하여, 한림원의 한 해를 돌아보고 미래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한림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Y-KAST와 정회원이 학문 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과학 전(全) 분야의 융합을 촉진하는 포럼을 마련하여, 새로운 학문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개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아울러 지역 및 대학 교류회를 활성화하여 한림원 지역 회원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대학 및 지역 사회와의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겠습니다. 특히 신입 회원 선출 시에는 학내 회원뿐만 아니라 총장을 비롯한 대학 본부 임원들과의 축하 오찬 및 교류 기회를 마련하여, 대학 내 한림원 회원들이 연구와 활동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조성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회원님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참여, 그리고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리며, 한림원의 도전과 혁신을 함께 만들어 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한림원의 발전과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해 헌신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5년 3월 7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11대 원장
정 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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