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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학부 - 故 김철기 박사 회상록

이름 |
관리자
Date |
2015-01-20
Hit |
6574
                                                                   집필권순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출생


일제 강점기에 자작농인 김순응씨와 유삼금 여사와의 사이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1927년 4월 18일 (음력충북 음성군 감곡면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음성군의 농촌에서 보냈다어린 시절 집안 농사일을 도우면서 아버지로부터 물 걱정을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특히 초등학교 시절인 1939년의 가뭄이 전국의 농지를 황폐화시켜 농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것을 경험했다어떻게 하면 가뭄과 홍수에도 물 걱정이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후에 그가 농공학을 전공하고 농업용수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교육


김철기는 일제 강점기인 1935-1940년 충북 음성군에 있는 삼성공립보통학교을 4학년까지 다니다가 전학하여 감곡공립심상소학교를 졸업하였다공부에 대한 열망은 강하나집안이 넉넉하지 못하여 진학하지 못하고 2년간 감곡청년훈련소를 다녔으나부모님을 설득하여 1942년 청주공립농업학교 농업과에 입학하였다시골에서 청주까지 기차통학을 하면서 1946년 4년제의 농업학교를 졸업하였고, 6년제로 학제가 바뀐 뒤에도 계속 공부하여 동 학교 (청주공립농업중학교로 개칭)를 1948년 졸업하였다(그림 1). 학창시절에는 수학을 좋아하여 수학에서 뛰어난 성적을 발휘했다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강하여 1948년 부모 몰래 친 입학시험의 합격으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에 들어갔고아버지로부터 간신히 입학금을 마련했다대학에서는 달력 장사 등으로 고학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였으나대학 3학년 때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에는 제대로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다전쟁 중에는 경찰에 투신하여 경찰간부로서 근무하였고휴전이 되던 1953년 9월 동 학과를 졸업하였다. 1962년 토지개량조합연합회 토목연구소 연구계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네덜란드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6개월간 Wageningen 농과대학에서 배수학 연수과정을 수료하였다충북대학교에서 대학교수 생활을 하면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1974년에 농학박사를 취득하였다




그림 네덜란드 유학시절의 김철기 교수


 


가정생활


김철기 교수는 안원자 여사와 결혼하여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특히 차남인 김진수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東京大學대학원에서 농학박사를 취득하였고 아버지와 같은 농업수리학(農業水利學)을 전공하여 충북대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으며, 2013년 한국농공학회장을 역임하였다김철기 교수와 김진수 교수는 각각 집필했던 농업계 고교 교과서인농업수리(1985)”와 농업과 물(2011)”로 (그림 3), 대학 교재인 농업수리학과 관개배수공학으로 농업용수의 맥을 잇고 있다


 



그림 3. 농업계 고등학교 교과서 농업수리와 농업과 물


 


김철기 교수의 집안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도 4명의 농학박사를 배출하여 농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였는 데김철기 교수와 김진수 교수뿐만 아니라 자부 이경애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東京大學대학원에서 농학박사를 취득한 후 순천향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식품학을 가르치고 있고동생인 김재정 교수는 충북대학교 농화학과에서 토양물리학 전공으로 40여년간 교수 생활을 하면서 2003년 한국토양비료학회장을 역임하였고, 2012년 국제토양학회연합 (IUSS: International Union of Soil Science)의 종신명예회원에 선임되었다


또한친구이며 동서인 고 오창영 선생은 창경원 동물원장과 서울대공원 동물부장을 역임한 우리나라 동물원계의 선구자로서 오창영 동물기”,“한국동물원 80년사등을 저술하였고, 1996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서울대 동문에게만 수여하는 자랑스런 서울대인상을 수상하였다


인간적인 면모 


김철기 교수는 매우 소탈하고겸손하고온순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여 후배와 제자로부터 존경을 받았다당시에는 권위적인 교수와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많았던 시기이었지만김 교수는 선생과 제자아버지와 자식 사이의 격식없는 대화를 좋아하였다차남인 김진수 교수는 아버지와 진솔한 대화를 자주 나누고 소통하여 아버지를 어렵게 여기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소회하였다제자의 취직을 내 일로 생각하여 제자의 취업을 위해서는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았고제자의 결혼 주례를 흔쾌히 수락하여 제자 들 사이에는 가장 많이 주례를 서 주신 분으로 꼽힌다성실한 사람을 좋아했고노블리스 오블리제 (noblesse oblige)의 정신을 강조하여 일류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국가에서 혜택을 받은 만큼 더욱 노력하여 국가를 위하여 헌신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제자 중 현재 한국 유수의 엔지니어링 회사의 임원이 되신 분은 김철기 교수의 도움이 없었으면 현재의 자기는 없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과학기술자(교육자)로서의 삶의 자세


김철기 교수는 대학졸업 후인 1953년부터 충청북도에 위치한 증평공고와 청주공고에서 물리 선생을 하였으나대학에서 배웠던 농공학(농업토목)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어 1956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사직을 포기하고 보수가 낮았던 대한수리연합회에 취직하게 된다농공학을 하는 것이 본인의 운명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1956-1962년 대한수리연합회 충북 지부에 근무하면서 청주시 용정 저수지 건설공사의 현장감독을 하였고건설 현장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현장 기술자로서는 드물게도 1959-1960년 용정제 체절계획에 있어서의 제당의 홍수조절한계고 결정에 대하여” 등 논문 3편을 한국농업토목학회지에 투고하게 되었다당시에는 대학 교수들도 논문을 거의 쓰지 않던 시기에 30대 초반의 현장 기술자가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을 정리하여 논문을 낸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이 3편의 논문이 김철기라는 이름을 학계에 알리면서 그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토지개량조합연합회(대한수리조합연합회의 개칭)에서도 학구적인 인물로 인정받게 되어 충북 지부에서 서울에 있는 토목연구소로 옮기게 되고또한 당시로서는 천우의 기회라고 할 수 있는 네덜란드 정부초정 장학생에 선발되어, 1962년 6개월간 배수학의 연구과정을 밝게 되었다귀국 후네덜란드에서 배운 선진 간척 및 배수 기술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있던 중고향인 청주에 있는 충북대학 농공학과로부터 교수직의 요청이 있어 1964년 대학으로 옮기게 되었다


대학에 온 이후 몇 년간 주로 학생 교육에 힘썼으나대부분의 교수들이 연구비가 없다는 이유로 연구를 하지 않는 현실에 안주할 수가 없었다대학 교수의 본분은 교육과 연구라는 신념의 소유자이었기에 1968년부터 자비로 실험기구를 제작하여 현장에서 논벼의 증발량과 벼 생산량에 관한 실험을 계속하여 여러 결과를 얻었다. 1974년 이런 결과를 정리하여 논벼의 장단간(長短稈품종의 증발산 제계수와 건물량(乾物量관계에 대한 연구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박사학위를 받게 되었다당시 충북대학교 교수 중에서 4번째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김 교수는 포장(圃場실험을 좋아하였는 데여기에는 실내 실험보다 밖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운동이 되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는 이유가 있었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는 담배가을배추가을무우토마토마늘오이고추 등의 밭작물의 소비수량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 여러 밭작물의 증발산 계수를 얻었다


1989-1991년에는 한국농공학회장을 역임하였고이 때 한국농공학회의 숙원사업이었던 농업토목핸드북을 발간하였는 데이것은 농업토목의 여러 기술을 두 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것이다또한농지개량사업계획 설계기준 댐편관개편양배수장편수로공편 등을 집필하여 농업토목 기술자가 농지개량사업을 실시함에 있어서 필요한 설계기준을 제시하였다


다수의 연구업적과 사회봉사에 대한 공로로 1994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에 추대되었다. 2006년에는 한국일본 및 타이완이 중심이 되어 몬순아시아 논농업의 독특한 물환경에 대한 이해와 확산을 목표로 2003년 창립된 국제 논 및 물 환경공학회 (International Society of Paddy and Water Environment Engineering, PAWEES)”에서 각국의 우수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국제상(International Award)을 수상하였다. 2008년에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동창회로부터 자랑스런 상록인으로 선정되어 상록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반정부 데모가 한창 심하던 시절에는 수업이 휴강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김철기 교수는 수업은 대학의 본분이라고 생각하여 단 한 사람의 학생만 있어도 휴강없이 수업을 계속하였다


김철기 교수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동안 농공학과 농업수리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김진수 교수에 의하면 집에서도 농공학의 이야기를 즐겨했고저녁식사가 끝난 후에나 서울 출장 후에도 항상 서재로 가서 잠자기 전까지 항상 2-3 시간씩 논문이나 기고문을 썼던 모습이 회상된다고 하였다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김진수 교수가 대학원 전공을 스스로 토목공학에서 농공학(농업토목)으로 바꾼 것을 보면평소 김철기 교수의 농공학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김철기 교수는 1993년 충북대학교에서 정년퇴직한 후에 청주에서 여생을 보내는 도중 파킨슨병을 얻어 10여년 간 투병한 후 “아름답고 풍요로운 농어촌의 물의 창출”이라는 인생의 목표를 유업으로 남겨 놓고 2010년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김진수 교수는 2013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농업용수에 대한 중고생 및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아름다운 농어촌의 물 이야기”(그림 4)라는 만화를 발간하여 농업용수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림 4 김철기 교수가 꿈꾸었던 “아름답고 풍요로운 농어촌의 물”의 이미지  


공공봉사
 김철기 교수는 공공 봉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여러 분야에서 많이 활약하였다. 1962년 유학시절 네덜란드의 정비된 간척지 농촌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네덜란드의 간척지 농촌을 롤모델로 생각하였다 (그림 5). 당시 최빈국 한국의 가난하고 피폐한 농촌과 네덜란드의 선진 농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네덜란드의 농촌을 경험한 후, 아름답고 풍요로운 농촌을 가진 국가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여, 전공을 살려 이런 농촌을 만드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



그림 5. 롤모델이 된 네덜란드의 간척지 농촌
  


  1970년대 농촌의 근대화를 목표로 하는 새마을 사업이 전개되었는데, 새마을 사업은 농촌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종합적인 농촌정비사업이었다. 김철기 교수는 새마을 사업이 농촌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는 농업토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젊은 시절의 꿈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하여 의욕적으로 새마을 사업 연구에 매진하였다. 충북대학교 새마을 연구소장, 충북 새마을봉사단 부단장을 역임하면서 새마을 사업의 이론과 내용 개발에 노력하였고, 농촌 실정을 자세히 파악하여 과학적인 영농기술 지도로 자조자립하는 마을 육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와 같은 공로로 1981년 과학의 날에 대통령상(과학기술봉사상)을 수상하였다(그림 6). 또한, 1986-1988년에는 충북대학교 대학원장을 역임하면서 대학원의 질적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였다(그림 7). 


  


             
그림 6. 과학의 날 대통령상 수상식에서 김철기 교수(가운데)와 김진수 교수(왼편)
 


                    


그림 7. 충북대학교 대학원장 시절의 김철기 교수(왼편에서 두 번째)


과학적 기여
  김철기 교수는 17편의 저서를 집필하였고, 50여 편의 논문을 한국농공학지 등에 발표하였다.  
 여러 연구를 수행하였으나, 작물의 용수량 산정에 필요한 증발산량 연구에 큰 관심을 가졌다. 초기에는 우리나라의 주곡인 쌀의 자급자족을 지상명제로 생각하여 논벼 생육에필요한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논관개 용수량에 큰 관심을 가졌으나, 후기에는 소득의 증가와 함께 밭작물의 재배가 중요시될 것을 예상하여 당시 불모의 연구 분야이었던 밭관개 용수량으로 연구의 방향을 돌렸다. 
  용수량 산정에 있어서 기초가 되는 논벼와 밭작물 소비수량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논벼의 증발산량 계수 및 토마토, 오이, 고추, 가을무우, 가을배추 등의 밭작물의 증발산비를 제시하였다. 김철기 교수가 현장 실험을 통하여 얻은 논벼의 건물량에 대한 생육기별 증발산계수와 주요 밭작물의 생육기별 증발산비는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계획설계기준 관개편(1998)에 반영되어 논관개과 밭관개에서의 과학적 용수량 산정에 있어서 필수적 자료로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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